스위니 토드 감상.

개봉한 날이었나 개봉한 다음날이었나 조조로 가서 봤던 것 같지만 더 게으름피우는 것보다는 영화관에서 아예 내려가기 전에 감상을 쓰는 게 낫겠지. 팀버튼, 조니 뎁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보았다. 난 조니 뎁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 찰리와 초콜릿 공장 /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같은 건 꽤 좋아했고 슬리피 할로우도 나름 즐겁게 본 편이라 팀버튼 이름 석 자 믿고 보러 갔었다.


결론.

실망했다.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오프닝은 좋았다. 부글부글, 오븐 위에서 끓는 피. 스모그에 까맣게 젖은 부석부석한 런던, 끼릭끼릭 누군가의 살점을 갈아버릴 듯 돌아가는 톱니바퀴, 반짝이는 면도칼 날. 비주얼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 구중구중한 분위기가 너무 사랑스러웠으니까. 저 런던을 그대로 만들어 둔 디오라마가 있다면 정말 갖고 싶을 정도로.


뮤지컬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시카고를 아주 즐겁게 보았고,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에서 노래부르는 부분들도 무진장 좋아했고. 그런데 뮤지컬이라는 건 단순히 노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 눈에 보이는 비쥬얼과 어울려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그들이 노래할 때 눈은 너무 심심했다. 스위니 토드의 동작은 좁은 공간에서 면도칼을 들어올리는 것 정도, 그 안에 반복되는 듯한 노랫말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저 한 눈에 반한 소녀를 바라볼 뿐, 한 여자를 지키기로 마음먹은 소년은 그녀를 쳐다볼 뿐. 런던 비쥬얼은 마음에 들었지만, 그저 멈춰진 가운데 등장인물만 조금씩 움직이는 디오라마를 보며 음악을 듣기 위해 극장에 앉아 있던 건 아니었다고. 러빗 부인이 처음 등장한 파이 가게에서 그녀가 노래부르는 장면은 좋았다. 재미있는 노랫가사가 이어지고, 파이는 차근차근 만들어지고, 스위니의 얼굴을 찌그러지고. 하하. 러빗부인이 노래부르는 부분은 거의 다 좋았다. 그야말로 어디 소 파는 데에 끌려나온 말을 보는 것 같은 줄무늬 수영복의 스위니라든지.


'세상에 대한 복수'라. 그게 정당화되려면, 평범한 소시민인 내가 살인마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려면 굉장히 잔인한 사건이 주인공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의 아내가 겪은 사건은 끔찍했다. 판사놈이나, 그걸 낄낄대며 구경을 할 뿐인 파티의 손님들이나 모가지를 꺾어버리기에 마땅해 보였고. 하지만 그들이 영화 내에서 '복수당한 사회'였나? 그건 아니었다고. 면도하러 왔다가 목 따이고 파이가 되어 버린 사람들은 판사가 주최하는 파티에 나가 낄낄거릴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그냥 그 복잡한 런던 뒷골목을 헤메고 하루하루 먹고 살아가는, 시궁쥐마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단 말야. 그들이 왜 죽어야 했던 거지? 왜 엉뚱한 데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또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 '연고자가 없는 사람만 죽여서 들키지 않았다'라는데, 연고자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는 사람이 굳이 면도를 하러 오겠나. 직장도 없고 연인도 없고, 수염 좀 깎으라고 잔소리해줄 친구나 마누라도 없는 남자들이 면도를 하러 오겠나.

주인공에게라도 감정이입을 했으면 그의 시원시원한 (사실 허무하고 심심했다) 모가지 칼질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것도 안 되니. 윗사람에게서 깨졌다고 강둑에 나와 개구리한테 돌 던지는 꼬맹이 생각난 건 나뿐인가. 피 색깔도 별로 안 예뻐서 좀 실망했고; 조니 뎁이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했다면 더 즐거워할 수 있었겠지. 같이 갔던 친구는 조니 뎁 클로즈업될 때마다 아주 녹아버려서 극장 의자랑 일체화가 될 것만 같았다.


스위니 토드는 감정 이입이 안 되고, 행동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별로였다.
러빗 부인 좋았다.
이름 까먹은 가발쓰고 다니는 꼬맹이는 천연덕스러워서 귀엽긴 했는데 노래가 내 취향이 아니라...
캐릭터 이름도 생각이 안 나는데. 그 대놓고 웜테일. 너무 웜테일스럽게 적절했다. 웜테일이라고 한 다섯 번쯤 반복해도 믿겠어. 그나저나 스네이프 교수님은 거기서 뭐하십니까…… 진짜 턱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개자식같아서 좋았어요…… 이거 좋은거야 나쁜거야 ㅠㅠㅠㅠㅠㅠ
선원놈과 딸내미는 등장은 했는데 정작 존재감 없이 마지막엔 비춰지지도 않아서 패스. 그래도 딸내미, 살아서 다행이다. 밖에서 어떻게 잘 살아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보면 이 두 사람의 뒷이야기도 나오려나?


스위니 토드 대충 기억나는 대로 감상 끝.

by 으릉캬릉 | 2008/02/06 00:21 | 기타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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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이야 영화 한편에 4천원 내는 것들이 돈지랄로 보이시겠지만여. 2008.1.17스위니 토드 ★★☆한줄감상 :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http://toxicfree.egloos.com/4136702자세한 감상은 요 위 포스팅에.2008.2.28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한줄감상 : So?공포영화라고 믿고 갔는데 안 무섭더군요.공포영화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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