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25일
작은 이모는 인어였다.
등까지 닿는 곱슬곱슬, 푸른빛 도는 머리카락.
가는 편이지만 굉장히 깊고 매력적인 눈동자.
한 번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대로 밤하늘의 별을 담을 수 있는, 옴폭 파인 쇄골.
파르스름한 기가 도는 피부색때문에 인간 기준으로도 완벽한 미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뭐 어때, 인어인걸. 바닷빛의 피가 그녀의 정맥을 흐르고 있을 뿐인걸.
특별히 인간 왕자를 사랑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날 그녀는 인어이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녀는 마녀를 찾지 않고 현대의 의사를 찾아갔는지 목소리를 잃지 않고 두 다리를 얻었다. 자수정처럼 반짝이는 비늘로 덮힌 두툼한 꼬리는 매끈하고 가느다란 다리 두 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녀는 걸을 수 없었다. 굵고 튼튼한 한 개의 뼈와 근육, 해류를 민감하게 느끼는 그물같은 신경. 그것들은 다리 두 쪽을 위해 갈라져 버렸고 당연히 다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육지로 올라왔고, 원래의 꼬리에 붙어 있던 보석같은 비늘을 긁어내어 팔아 휠체어를 사야 했다. 육지 위에서 걸어다닐 수 없다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인어인 그녀를 바라보던 노골노골한 사람들의 시선이, 약간의 동정이 양념으로 담긴 흘낏흘낏으로 바뀌었던 것 정도.
그녀는 육지에 올라온 뒤, 자신의 가깝거나 먼 친척들이 한 집에 모여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 같이 돈을 모아 아주 커다란 집을 사, 어떤 기묘한 특징이 있는 사람이라도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오래간만에 자신의 가깝거나 먼 친척들을, 또는 가족을 보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옆자리에는 드라큐라 부부가 앉아 있었다. 셋은 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드라큐라 부부는 그녀에게 '당신이 꼬리를 잃었어도 당신은 멋진 인어예요'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무슨 사고였을까. 비행기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고 그녀의 친척들이 모여 사는 지역 근처에서는 결국 반쪽이 나 버리고 말았다. 드라큐라 부부는 그녀를 향해 미소지었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라 인어라는 사람입니다. 간단하게 죽지는 않을 테니, 당신이 원하는 곳을 찾아가요.' 그리고 그들은 검은 날개를 펴고 뛰어내렸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운이 좋았는지 그 아래에 보이는 것은 저수지였고,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을 그만 둔 그녀는 휠체어의 두 바퀴를 힘껏 밀었다.
푸르고 깊은 충돌.
그녀는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푸른 색, 저수지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그녀의 두 다리를 찢어 놓았다. 조각이 난 그녀의 다리가 붉은 피와 푸른 피를 퍼트리며 동동 떠다녔다. 왼쪽 팔도 그리 성하지는 않았다. 소금기 없는 민물이 바다에서 온 짭쪼롬한 그녀의 몸 속으로 바늘처럼 파고들어갔다. 그녀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세상은 인간이 아닌 사람에게는 왜 이리 지독한 걸까.
다행일지 불행일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점차 넘쳐오르는 물 밑으로 들어가 아가미를 펼쳤다. 민물이 부레를 물어뜯었다. 거친 물줄기는 그녀를 하류로, 하류로 내동댕이쳤다. 붉은 피와 푸른 피가 그녀를 감싸고 결국 그녀는 목 윗부분만 남은 채로 작은 시냇가 위에 눕게 되었다. 그녀의 머리를 발견한 것은 그녀의 조카들이었다. 한밤중이었고, 붉고 푸른 피에 젖은 파르스름한 피부의 사람 머리는 보통 사람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조카들은 울고 싶어하면서도 눈을 꼭 감고 그녀의 머리를 들어 집으로 갖고 들어갔다. 홍수에 가까운 빗줄기 때문에 조카들은 몇 번이고 넘어졌지만 대강의 물살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은 그녀가 처음 듣던 대로 아주 커다랬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조카는 밤중에 피에 젖은 머리를 들고 다니는 것이 무서웠던 나머지, 작은 방에 들어가 그녀의 머리를 화장실 변기 속에 쳐박아 버리고 말았다.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이었고 꽤나 깨끗했던 게 그녀에게 위로가 되기나 할까. 여튼 그녀는 가끔가다가 올라올 수는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그녀의 방에 잠시 볼 일이 있어 불을 켤 때마다 붉고 푸른 피의 소용돌이 속에 동동 떠올라 그 사람을 쳐다보는 것을 보면. 무진장 무섭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녀는 인어라는 사람이었고, 인간이 아닌 사람들의 친척이었다. 어른들은 - 그녀의 언니라든지 - 무섭다고 앵앵거리는 조카들의 머리를 한 번씩 쥐어박아 주고 그녀를 꺼내어 욕조 안에 넣어 주었다. 실수로 물에 소금을 타는 것을 잊어버려 그녀의 머리는 가끔 지독한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뭐 어때. 그녀는 이미 죽어버렸는걸. 현대의 세상에 인어라는 종족은 이미 죽어 버렸는걸. 인어인 그녀의 머리는 살아 있지만 다른 인간들은 그녀라는 인간은 죽어 머리만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듯도 싶다. 음, 솔직히 이해는 해. 나도 작은 이모가 엄청나게 무섭거든. 응? 혹시 그녀의 머리를 변기 속에 빠뜨린 게 나 아니냐고? 음, 글쎄, 아주 깜깜해서 기억나지는 않는다.
……라는 내용의 꿈을 꾸었다. O<-<
전날 후르츠 바스켓 11권에서 'XX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원히 유폐야'라는 대사가 영향을 미친 듯. 그 저택에는 그를 위한 정원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가 수련할 수 있도록. 거의 30cm 간격으로 쳐 진 결계가 정원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지만.
덧붙여서 현실의 저에게는 작은 이모가 없습니다.
큰 이모는 있지만.
……이라고 적어 놓으면 꽤 찝찝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구라를 치기는 귀찮아서 팻흐.
큰이모도 작은 이모도 없습니다.
오타, 맞춤법 틀린 것, 비문 지적해 주시면 캄샤 'ㅅ')/
('캄샤' '팻흐'가 맞춤법 틀린 거라고 지적하시면... 에웅;;)
# by | 2007/06/25 14:00 | 일상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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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터 막장이었던 것 같지만 별로 상관은 없...
이모님이 물에 빠지는 장면이 특히 좋다. 흘러가는 부분도.'
....그냥 이모는 있지 않냐.
가즈 // 그냥 이모는 있지용. 계속 이모이모 적어놓는 것도 미묘해서. 아잉 캄샤 /ㅅ/